
저는 66세에 창업했습니다.
지금 이 나이에, 제가 ‘사장님’이라는 호칭을 듣고 있다는 게 아직도 조금은 어색합니다.
젊은 시절엔 늘 누군가의 직원이었고, 그 이후엔 자식들의 엄마, 손주의 할머니,
늘 누군가를 위한 역할 속에 살다 보니,
정작 ‘나’라는 이름으로 무언가를 시작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사실, 시작하기까지는 참 오래 망설였습니다.
“지금 시작해서 뭐가 되겠어.”
“몸도 예전 같지 않은데, 괜히 힘들게 왜 해.”
이런 말들이 제 마음속에 눌러 앉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냥 조용히 살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곤 했습니다.
손주의 한마디가 시작이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다시 ‘움직여볼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 건,
7살 손주가 어느 날 제게 했던 말이었습니다.
“할머니는 뭐 하는 사람이야?”
그 질문 앞에서 잠시 멍해졌습니다.
정말 저는, 지금 뭐 하는 사람이었던 걸까요?
그때 느꼈습니다.
이제는 누군가의 역할이 아니라,
나 자신으로서의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작고 소박한 창업을 준비했습니다.
크게 돈을 벌겠다는 욕심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걸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기준으로 생각했습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은, 내가 살아온 시간이 말해줍니다
저는 원래 정리정돈을 참 잘하는 편입니다.
지인들 집에 가서 옷장이나 창고를 정리해주면
“언니, 이거 사업하면 대박 날 것 같아”라는 말을 자주 들었죠.
그래서 저는 ‘실버 정리컨설팅’을 창업 아이템으로 잡았습니다.
처음엔 너무 조심스러웠습니다.
사람들 집에 들어가서 물건을 만지는 일이잖아요.
하지만 제가 그 집의 사정을 듣고,
세심하게 분류하고, 버릴 것과 남길 것을 정리해줄 때
의뢰인의 표정이 달라지는 걸 보며 확신이 생겼습니다.
“정리해주셔서 정말 마음이 편해졌어요.”
이 말을 들었을 때,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감정을 오랜만에 느꼈습니다.
창업은 일이 아니라, 나를 다시 살아보는 시간
요즘 하루는 참 빨리 지나갑니다.
어디 컨설팅이 끝나면 다시 재료를 정리하고,
다음 고객 미팅 준비도 하고, 블로그에 후기도 올립니다.
처음엔 ‘내가 이걸 계속할 수 있을까’ 걱정이 컸지만,
이젠 ‘내가 이걸 못하고 있었다면 얼마나 아쉬웠을까’라는 생각이 더 큽니다.
몸은 예전 같지 않지만,
마음은 지금이 가장 단단합니다.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느끼는 순간,
나이에 대한 걱정은 점점 작아집니다.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며,
세상을 향해 다시 한 발 내딛는 느낌은
정말 오래간만에 느끼는 벅찬 감정입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창업이라고 하면 거창하게 느껴지지만,
사실은 ‘내가 살아온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식을 잘하신다면 작은 반찬 가게,
손재주가 좋다면 수공예 클래스,
말솜씨가 괜찮다면 시니어 대상 강의,
우리는 이미 삶 안에 창업의 씨앗을 갖고 있습니다.
저도 지금 시작했듯이,
혹시라도 고민 중이라면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금도, 정말 늦지 않았습니다.”
이 글은 클린앤을 창업하신 김미숙님과 실제 상담과 대화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일부 내용은 이해를 돕기 위해 각색되었습니다.
자신만의 경험을 살려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자 하는 분들께 작은 용기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