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을 좋아한 건 오래전부터였습니다.
젊었을 때는 따로 배우진 않았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꽃꽂이 수업을 찾아다녔고,
생일이나 기념일이 다가오면 스스로 작은 꽃다발을 만들어 친구들에게 선물하곤 했습니다.
그냥 좋아서 했던 일이었고,
딱히 직업으로 삼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은퇴를 하고 나서도
‘꽃’은 여전히 제 취미이자 삶의 작은 기쁨이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늘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꽃집 하세요, 진짜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처음엔 웃으며 넘겼습니다.
꽃집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습니다.
매일 새벽 꽃시장에 가야 하고,
무거운 꽃다발을 나르고,
계절 따라 손이 트고, 몸이 상하기도 합니다.
저처럼 나이가 든 사람에게는
꽃집 운영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그저 취미로만 만족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던 중, 큰 딸 결혼식이 다가왔습니다
결혼 준비를 하던 딸이 문득 말했습니다.
“엄마, 내 부케… 엄마가 만들어줄 수 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 한쪽이 찡했습니다.
딸을 위해, 세상에 하나뿐인 부케를 만들 수 있다니.
정말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꽃시장에 직접 가서 신선한 꽃을 고르고,
딸이 좋아하는 색감을 맞추기 위해
여러 번 시뮬레이션을 했습니다.
리본 하나, 포장 하나까지 정성껏 손질했습니다.
결혼식 당일, 딸은 눈물을 글썽이며 부케를 받았고,
부케받은 친구가 식사때 찾아와서
“어머니, 은영이 부케 어머니가 하셨다는데 ..진짜예요?” 하고 물었습니다.
뜻밖의 첫 부케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딸 친구가 조심스럽게 부탁해왔습니다.
“혹시, 한달뒤에 저 결혼식인데 바쁘지 않으시면 제 부케도 만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딸 결혼식이 끝난 후에도,
딸 친구들, 친구의 친구들,
입소문을 타고 작은 요청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가게를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정식 업체처럼 대규모로 하는 것도 아니지만,
오히려 그 소박함이 매력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딸 친구의 제안으로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딸 친구 중 한 명은 웨딩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가 제 부케를 보고 이런 제안을 해왔습니다.
“요즘 젊은 신부님들 중에는,
너무 비싸지 않으면서도
개성 있고 따뜻한 느낌의 부케를 찾는 분들이 많아요.
어머님 스타일이면 정말 좋아하실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소규모 웨딩 부케 제작을 정식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가격은 시장가보다 훨씬 저렴하게,
하지만 세상에 하나뿐인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합니다.
- 신부님 취향에 맞춘 색상 조합
- 리본과 포장까지 신경 쓴 디테일
- 작은 손편지 카드 서비스
이런 작은 정성이 큰 감동이 되어
한 번 부케를 받아보신 신부님들이
자연스럽게 소개해주고,
입소문이 퍼져 나갔습니다.
가게를 운영하지 않아서 체력 부담이 없습니다
가장 좋은 건,
가게를 따로 운영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새벽 꽃시장만 잘 다녀오면,
나머지는 집에서 천천히 준비할 수 있습니다.
스튜디오나 샵을 차리느라 큰 돈을 들일 필요도 없고,
매일 가게를 열고 닫는 수고도 없습니다.
그 덕분에 체력적으로도 무리가 없고,
제가 좋아하는 ‘꽃’과 함께하면서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꽃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일입니다
요즘은 ‘취미를 일로 삼는다’는 말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려면
규모와 방향을 잘 잡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큰 가게를 차리려 들면 오히려 부담이 되고,
소소하게,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만 살리면
이렇게 즐겁고 행복할 수 있습니다.
꽃을 좋아하고, 손재주가 있고,
마음을 담아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면
소규모 부케 제작은 정말 추천하고 싶은 일입니다.
어쩌면,
여러분의 작은 취미가
누군가의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순간을 함께하는
소중한 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이 글은 플라워앤을 운영하고 계신 윤은숙님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각색된 후기입니다.
딸 결혼식 부케 제작을 계기로 소규모 웨딩 부케 창업을 시작한 현실적인 스토리를 통해,
취미를 살린 새로운 도전의 가능성을 전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