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세의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당근마켓에서 손주에게 줄 장난감을 찾다가 문득 스쳐 간 생각 하나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장난감들이… 너무 쉽게, 너무 싸게 팔리는구나.’
하루는 20만 원 넘는 플레이하우스가 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올라와 있었고,
그 밑엔 “두세 번 쓰고 처분합니다”라는 설명이 덧붙어 있었죠.
그때 생각했습니다.
‘이건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건데, 너무 짧게 쓰고 버려지네.’
그리고 또 하나,
‘이거… 내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아이도 키워보고, 손주도 돌봐본 사람으로서
저는 두 아이를 키우고, 지금은 세 손주의 할머니입니다.
어린이 물건이 얼마나 빠르게 쓰임을 다하는지,
그리고 사기는 비싸고, 안 사자니 불안한 부모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 감정을 알기에, 꼭 필요한 순간에 잠깐 빌려 쓸 수 있는 장난감 렌탈이
분명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창업 아이템으로 정한 건 ‘어린이 장난감 및 유아용품 렌탈’.
처음에는 저 자신도 반신반의였습니다.
‘이 나이에 장난감을 빌려준다고? 사람들이 믿을까?’
하지만 오히려 실버세대이기에 줄 수 있는 신뢰감이 있다는 걸 곧 알게 되었습니다.
시작은 아주 작게, 집 한 켠에서
처음엔 집 거실 한쪽에 장난감 선반을 놓고 시작했습니다.
아파트 맘카페에 ‘깨끗이 소독한 장난감 대여합니다’라고 조심스럽게 글을 올렸죠.
처음 연락 온 분은 한 아이 엄마였습니다.
“아이가 미끄럼틀을 며칠만 써보고 싶어 해서요. 직접 가지러 가도 될까요?”
그날, 제 인생의 첫 고객이 다녀갔습니다.
아이의 눈은 장난감보다 더 반짝였고,
그 모습을 보니 ‘잘했다,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세대가 잘할 수 있는 창업
장난감 렌탈이라는 사업은 단순히 물건을 빌려주는 일이 아닙니다.
저는 항상 소독을 꼼꼼히 하고, 대여 전후로 상태를 점검하며,
필요하면 사용 방법을 손편지로 써드립니다.
“배터리는 새 걸로 갈아 넣었습니다. 아이가 다치지 않게 모서리를 확인해 주세요.”
이런 섬세함이 아이 키워본 사람에게는 익숙하고 당연한 일이죠.
어린 부모님들은 그런 부분에서 “사장님, 너무 감동했어요”라고 말씀해주십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이걸 할 수 있는 사람이라서 다행이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게를 꾸리며 생긴 작은 변화들
처음엔 온라인으로만 운영하던 걸,
지금은 동네 작은 창고형 공간을 얻어 오프라인 대여도 시작했습니다.
주말이면 아빠 손잡고 오는 아이들이 “이건 뭐예요? 저거 빌려도 돼요?” 하고 묻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직원이 아니라, ‘놀잇감 큐레이터’가 된 기분입니다.
어떤 아이는 토요일마다 와서 자기가 고른 장난감에 이름을 붙여줍니다.
“이건 찡찡이고, 저건 퐁퐁이에요.”
그렇게 제 가게는 단순한 대여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의 작은 놀이터이자, 부모의 육아 부담을 나누는 쉼터가 되고 있습니다.
창업을 고민하는 실버세대에게 드리는 말
저는 요즘 다시 ‘필요한 사람이 되고 있다’는 기쁨을 느낍니다.
경제적인 수익도 물론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누군가의 일상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있다는 감정이 너무 소중합니다.
창업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삶을 살며 알게 된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것에서 시작해도 됩니다.
우리 세대는 아이도 키워봤고, 손주도 돌봐봤고,
무엇보다 ‘누구에게 필요한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혹시라도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고민 중이시라면,
스스로의 경험을 믿어보세요.
당신이 살아온 그 모든 시간이, 누군가에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토이토이샵을 운영하고 있는 유명희님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일부 내용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색되었습니다.
창업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현실적인 응원과 인사이트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