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첫 가게 문을 열었던 건 61살 때였습니다.
정년퇴직하고도 몇 년이 흘렀고, 그저 집에서 손주 돌보며 소일하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지금 그냥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까, 살고 있는 걸까?’
그 마음이 쌓이다 보니, 무언가 ‘나답게’ 살아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무작정 시작한 게 중고의류 판매 가게였습니다.
옷 정리에 원래 관심도 있었고,
딸이 입던 옷들도 아깝지 않게 다시 쓰면 좋겠다 싶었죠.
준비 없이 시작했던 첫 창업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무런 준비 없이 시작했던 창업이었습니다.
상권 분석도 없이 집 근처에 자리가 나자 덜컥 계약을 했고,
재고 확보도 안 된 상태에서 일단 문부터 열었습니다.
“가게만 열면 손님이 오겠지.”
그게 제 첫 번째 착각이었습니다.
문은 열렸지만 손님은 오지 않았습니다.
하루에 한두 명 지나가며 창문 너머를 힐끗 볼 뿐,
실제로 들어와서 물건을 본 사람은 열흘 동안 손에 꼽았습니다.
마케팅이 뭔지도 모르고, 블로그나 SNS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죠.
가장 괴로웠던 건,
매출이 없는 날에도 문을 열고 앉아 있어야 한다는 그 정적이었습니다.
아무 소리 없는 가게 안에서 하루를 보내는 일이
이렇게 무기력하게 만들 줄 몰랐습니다.
2년을 채우지 못하고 가게 문을 닫았습니다.
창피하고, 후회스럽고, 나 자신이 초라해졌던 시간
폐업 신고를 하고 나오는 길에 괜히 눈물이 났습니다.
‘이 나이에 뭐하러 창피하게 이 짓을 했나’
‘괜히 시작해서 가족까지 민망하게 만든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한동안은 친구들 연락도 피했고,
창업 관련 기사만 봐도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마음 한켠엔
‘내가 너무 무모했을 뿐, 창업 자체가 틀린 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습니다.
다시 도전하기까지 2년이 걸렸습니다
그 사이 저는 소상공인진흥원에서 하는 무료 창업 교육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이젠 준비부터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다른곳에서 일도 해보고
상권분석, 고객관리, 마케팅, 블로그 운영까지 하나씩 배워나갔습니다.
그렇게 2년간 공부하며 마음도, 방향도 정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65세,
소형 가전 대여 전문 소매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전보다 규모는 작지만,
운영 방식은 훨씬 단단해졌습니다.
온라인 주문 접수와 오프라인 픽업을 병행하고,
고객과는 카카오채널, 블로그, 문자로 소통합니다.
가게 안에 ‘고객 후기 노트’도 비치해두었고요.
이 모든 건 첫 번째 실패가 없었다면 절대 떠올리지 못했을 일입니다.
실패는 나를 부끄럽게 했지만, 그게 끝은 아니었습니다
한 번 실패하고 나면,
다시는 도전하지 않게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되려 실패 이후에야 진짜 ‘내가 왜 창업을 하려 했는지’ 알게 됐습니다.
저는 돈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원했던 거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고객이 “사장님 덕분에 큰돈 안 들이고 행사 준비 잘했어요”라고 말할 때마다
그 마음이 다시 살아납니다.
지금 도전 중이신 분들께 드리는 진심
혹시 실패를 걱정하고 계신다면,
저는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실패는 창피한 게 아니라,
필요한 걸 배울 수 있는 아주 값진 기회라고요.
처음이 틀려도 괜찮습니다.
두 번째는 훨씬 더 잘할 수 있고,
우리 세대는 ‘포기하지 않는 힘’이 있다는 걸 저는 믿습니다.
📍 이 글은 대대손손가전를 운영하고 계시는 최민숙님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각색된 실화 기반 콘텐츠입니다. 실패했던 첫 도전을 솔직하게 돌아보고, 다시 일어선 이야기로
같은 길을 고민 중인 분들께 작지만 현실적인 응원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