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세에 분식집을 열고 나서야 진짜 나를 찾은 것 같습니다

62세 봄이었습니다. 은퇴하고 나서도 한참이 지난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뭘까?’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살아왔지만, 정작 나 스스로를 위한 선택을 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동네 시장 골목을 지나던 중 문을 닫은 작은 가게 하나를 보게 되었습니다. 마치 나에게 “이제 시작해보자”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새로운 신메뉴를 선보인 김정만님

왜 하필이면 김밥집이었냐고요?

사실 요리는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제 아내는 늘 집에서 김밥을 싸 주셨고, 친구들과 소풍 갈 때마다 제가 싸간 김밥이 인기였어요. “이런 김밥이면 가게 열어도 되겠다”는 말을 십수 년간 들어왔습니다. 그 말을 이제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습니다.

무작정 시작하긴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창업센터에서 하는 ‘소상공인 창업 교육’에 4주간 참여했습니다. 위생 관리, 원가 계산, 점포 운영, 상권 분석… 처음엔 생소했지만, 하나씩 배워가며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그렇게 3개월 준비 끝에 제 가게 ‘김밥 한줄의 행복’을 열었습니다.

하루 매출 4만 원… “내가 잘못한 걸까” 좌절도 했습니다

처음 한 달은 눈물의 연속이었습니다. 하루 매출이 4만 원을 넘긴 날이 손에 꼽힐 정도였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재료 손질하고, 저녁 9시까지 문을 열었지만 손님이 없었습니다.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나’ 싶었고, ‘그냥 조용히 지낼 걸’이라는 후회도 들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동네 맘카페에 글을 하나 올렸습니다.
“62세에 창업한 김밥집입니다. 혹시 맛 한번 보러 와주실 수 있을까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솔직한 제 이야기를 담았더니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버님, 꼭 가볼게요!” “저희 애가 김밥 좋아해요~” “진심이 느껴져요!”

그 다음날부터 가게는 조금씩 바빠졌습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단골의 힘

세 번째 달이 지나자 단골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한 엄마는 매주 화요일마다 아이 하원 시간에 맞춰 김밥을 사가셨고, 인근 약국 약사님은 점심마다 저희 김밥을 포장해 가셨습니다. 하루 매출은 10만 원을 넘기기 시작했고, 월 매출은 처음보다 3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마케팅이라고는 해본 적 없는 저였지만, 진심을 담은 고객 응대, 그리고 이웃을 대하듯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특별한 마케팅 전략도 없었습니다. 고객 이름을 기억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속재료를 메모해두고, 비가 오는 날은 미리 우산을 말려둘 자리까지 준비한 것. 이런 작고 진심 어린 준비가 손님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생각합니다.

창업은 ‘돈’이 아니라 ‘나’를 다시 발견하는 시간

이제 창업 9개월 차입니다. 아직도 하루에 수십 줄의 김밥을 말면서 허리 통증이 오기도 하고, 힘들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창업 이후, 제 인생에서 가장 많이 웃고 있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스스로 기획하고, 직접 운영하고, 손님과 눈 마주치며 “오늘도 잘 먹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이게 바로 내가 하고 싶었던 삶이었구나’라고 느낍니다.

실버세대 창업자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

60대, 창업은 늦지 않습니다. 오히려 젊은 세대보다 더 따뜻한 고객 응대, 정성스러운 제품, 그리고 사람을 향한 배려는 실버세대만의 강점입니다. 다만 중요한 건, “너무 큰 꿈보다, 현실적인 시작”이라는 점입니다.

저처럼 작은 김밥집 하나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습니다.
마음속에 작은 불씨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그 불씨를 꺼내보세요.
저는 지금도 매일 아침, 그 불씨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실제 60대 창업자인 김정만님을 만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일부 내용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색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사연자와의 인터뷰 내용을 기반으로, 진심이 담긴 창업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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