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시작한 수제청 가게, 한 병 한 병에 담긴 진심

은퇴 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건 누구에게나 설렘과 두려움이 함께 다가옵니다. 저 역시 오랜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고 무언가 나만의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수제청 가게를 열게 되었습니다. 그 결정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돌이켜보면 지금 이 선택이 제 삶에 가장 따뜻한 전환점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수제청을 정성스럽게 담고 있는 이정순 창업자님의 모습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

직장을 퇴직한 뒤 처음에는 하루하루가 여유롭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에게도 다시 필요한 역할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 가족들에게 과일청을 만들어 주던 일이 취미였는데, 어느 날 딸이 말했습니다.

“엄마 이거 가게 내도 되겠어요. 진짜 맛있어요.”

그 한 마디가 저를 움직였습니다. 누군가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일을 한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해볼 만한 도전이라 느꼈습니다.

소소하지만 따뜻한 준비 과정

처음에는 가게가 아니라 마을 플리마켓에서 시작했습니다. 예쁜 병에 청을 담아 나갔고, 손글씨로 레시피를 적어드렸습니다. 어느 날, 한 분이 와서 “지난번에 사간 청 덕분에 감기 안 걸렸어요!”라고 하셨을 때,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진심으로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 후 작은 점포 하나를 구해 본격적으로 수제청 가게를 열었습니다. 가게 이름은 손자와 함께 지었습니다. ‘달큰한 하루’. 이름처럼 하루하루가 단정하게 흘러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온라인보다 ‘동네 사람’이 먼저였던 마케팅

젊은 분들은 SNS부터 시작하신다고 하던데, 저는 일단 동네 커뮤니티단골 관계를 먼저 다졌습니다. 시장 상인회 모임, 주민센터 행사, 동네 도서관 행사에 협찬도 해봤고요. 초등학교 앞에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무료 시음도 했습니다. SNS에는 아직도 어색하지만, 딸이 도와주는 덕분에 천천히 배워가고 있습니다.

고객이 알려준 방향

하루는 단골 아주머니가 “이 청, 손주들 감기 오기 전에 먹이기 너무 좋아요. 유기농이면 더 좋겠어요”라고 하시더군요. 그 말 듣고 원재료를 전부 유기농으로 바꿨습니다. 수익이 좀 줄더라도, 제가 직접 만든 걸 가족에게 먹인다는 마음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입소문이 조금씩 나기 시작했고, 어느새 동네 맘카페에도 저희 청 사진이 올라오더군요. 단골이 늘어나고, 새로운 분들도 오고, ‘맛있다’는 한마디에 오늘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십니다.

후배 실버 창업자에게 꼭 하고 싶은 말

창업은 체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모든 걸 혼자 감당하려 하지 말고, 주변 도움을 받으세요. 저도 딸과 아들, 친구들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고, 동네 이웃들의 따뜻한 응원이 제게 가장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욕심내지 마세요. 가게가 잘 되는 날도 있고, 한 병도 안 팔리는 날도 있지만, 결국에는 꾸준함이 제일 큰 자산이 됩니다. 내 진심이 담긴 제품을 만들고, 그 진심이 사람들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천천히 걸어가면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 글은 실제 60대 창업자인 이정순님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일부 내용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색되었습니다.
사연자와의 인터뷰 내용을 기반으로, 진심이 담긴 창업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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