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대 창업자가 직접 체감한 두 가지 현실
지난달 상담실에 오신 62세 김 사장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가게는 열었는데, 왜 아무도 안 들어올까요? 오늘도 적자지만 내일 나아질까 싶어 그냥 문은 열고 봅니다. SNS도 하고, 이벤트도 해봤지만 반응은 없어요.”
30년간 실버세대 창업 상담을 해오면서 창업 3~6개월 차에 가장 많이 듣는 고민입니다. 특히 혼자 장사를 하는 분일수록 ‘잘하고 있는 건지’ ‘그냥 버티고 있는 건지’ 헷갈리는 시간이 찾아옵니다.
제가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창업자들을 분석해보니, 팔리는 장사를 하는 사람은 매출보다 구조를 바꾼 사람이었고, 버티는 장사는 좋은 제품만 믿고 계속 제자리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늘은 그 결정적인 차이점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팔리는 장사는 고객 흐름이 보이고, 버티는 장사는 운 좋게 손님이 오는 날만 있다
대전에서 국밥집을 운영하시는 박 사장님을 만났을 때의 일입니다. “점심에 어르신이 많이 오시고, 평일보다 금요일에 잘 나가요. 비 오는 날엔 해장국이 더 잘 팔리더라고요”라고 자연스럽게 말씀하시더군요. 이건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고객의 유형, 시간, 구매 이유를 사장님이 파악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반면 인천에서 카페를 하시는 이 사장님은 “그냥 오는 날도 있고, 안 오는 날도 있고요. 요즘은 그냥 날씨 따라 움직여요”라고 하셨습니다. 6개월이 지나도록 흐름을 예측하지 못한 상태로 운영되고 있었죠.
박 사장님은 이 시간대에 오는 손님을 기준으로 메뉴와 동선을 설계했고, 이 사장님은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을 위해 막연하게 준비만 하고 계셨습니다. 6개월 후 두 분의 매출 차이는 상당했습니다.
팔리는 장사는 사람을 기억하고, 버티는 장사는 상품을 고집한다
부산에서 반찬가게를 하시는 정 사장님은 단골 할머니가 오시면 “어머니, 지난번에 나물 짠다고 하셨죠? 오늘은 간을 좀 덜 했어요”라고 말씀하십니다. 고객의 취향, 반응, 이름, 상황까지 기억하려는 관계 중심 운영을 하고 계시죠.
반면 광주에서 같은 반찬가게를 하시는 최 사장님은 “매일 좋은 재료로 만드니까 알아서들 사가겠지요”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상품에 대한 자신감은 있지만 사람에 대한 대화는 없었습니다.
1년 후 두 분을 다시 만났을 때, 정 사장님은 단골이 단골을 소개해와서 매출이 꾸준히 늘었지만, 최 사장님은 여전히 운에 맡긴 버티기 장사를 하고 계셨습니다.
팔리는 장사는 하루를 설계하고, 버티는 장사는 그날그날 대응한다
수원에서 분식집을 하시는 김 사장님은 아침에 일어나면 작은 수첩에 오늘 할 일을 적습니다. “오늘 떡볶이 2인분 추가 준비, 어제 온 학생 엄마한테 문자 한 통, 저녁에 블로그 글 하나.” 이렇게 하루를 설계하고 시작하십니다.
반면 안양에서 비슷한 분식집을 하시는 박 사장님은 “그날그날 상황 봐서 움직이자”는 마인드로 운영하십니다. 마케팅도, 판매도, 대화도 즉흥적이어서 고객이 신뢰를 갖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김 사장님은 간단한 하루 운영 계획을 세우고, 지난주 가장 잘 나갔던 요일과 시간, 손님 유형을 기록해둡니다. 매출보다 반복 구매자 수에 집중하시죠. 그 결과 6개월 만에 안정적인 단골층을 확보하셨습니다.
팔리는 장사는 지금 고객을 상대하고, 버티는 장사는 올 것 같은 고객을 기다린다
대구에서 토스트집을 하시는 이 사장님을 처음 만났을 때, 손님이 한 명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한 명에게 “어떤 야채 더 넣어드릴까요? 다음에 오실 때 기억해서 미리 준비해드릴게요”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오늘 와준 이 손님에게 최선을 다하는 태도였습니다.
그 고객은 일주일 후 동료 세 명과 함께 다시 왔습니다. “사장님이 너무 친절하셔서 꼭 데려오고 싶었어요”라고 말하면서요. 지금은 그 직장 사람들이 단골이 되어 매일 아침 5-6명씩 와서 토스트를 사가십니다.
반면 같은 동네에서 토스트집을 하시는 다른 사장님은 “지금 말고, 다음에 많이 오면 그때 잘하자” “오늘은 그냥 조용히 넘어가자”는 생각이었습니다. 1년이 지나도 단골다운 단골이 없었죠.
오늘 오신 고객이 또 오시도록 하기 위해 오늘 어떤 말을 건네셨나요? 이 고객을 위한 한마디 또는 작은 서비스, 오늘 하셨나요?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장님이 팔리는 장사를 하고 계신 분들이었습니다.
팔리는 장사는 지쳤을 때 쉬는 법을 알고, 버티는 장사는 지쳤을 때도 계속 견딘다
춘천에서 닭갈비집을 하시는 67세 할아버지는 주 1회는 장사 외적인 일을 하십니다. 등산을 가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시죠. 하루 10분은 마케팅이나 SNS 외에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을 확보하시고, 피곤한 날은 간단하게 운영하고 쉬는 날은 확실히 쉬십니다.
“가게는 체력으로 버티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리듬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더군요. 3년째 꾸준히 운영하고 계시면서 매출도 안정적입니다.
반면 제주도에서 음식점을 하시는 사장님은 지쳐도 계속 열고, 지쳐도 계속 똑같이 하다가 결국 1년 만에 건강 악화로 문을 닫게 되셨습니다.
사람을 이해하고 흐름을 읽는 것이 핵심입니다
제가 만난 성공한 60대 창업자들의 공통점은 제품이 좋아서가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고 흐름을 읽고 관계를 관리하기 때문에 팔리는 장사를 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버티는 장사는 내가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라, 기존 방식에 익숙해져서 바꾸지 못하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울산에서 김밥집을 하시던 한 사장님은 “좋은 재료만 쓰면 되는 줄 알았는데, 사람을 봐야 하는 거였구나”라고 깨달으신 후 완전히 달라지셨습니다.
60대 창업자도 팔리는 구조로 바꾸는 건 충분히 가능합니다. 단골을 기억하고, 흐름을 기록하고, 하루를 계획하면서 사람 중심의 장사로 전환해보세요. 그 순간부터 그 가게는 팔리는 장사로 바뀌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