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업을 준비하시는 실버세대 분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고민이 있습니다. “마음먹고 창업을 했지만 하루종일 손님이 없어요”, “이렇게 계속해도 될까요?”라는 불안한 목소리들입니다. 정말 공감이 갑니다. 좋은 재료로 정성껏 준비하고, 친절하게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다 했는데 막상 문을 열면 예상보다 훨씬 조용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거든요.
하지만 지난 수년간 수많은 창업자들을 지켜보면서 확신하게 된 한 가지가 있습니다. 창업 초기에는 얼마나 많이 팔았느냐보다 무엇을 지켜나가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지금 이 시기는 버티는 시간이 아니라 탄탄한 기반을 다지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첫 번째, 하루에 한 분이라도 마음에 남는 고객을 만들어보세요
많은 초보 사장님들이 하루 매출액으로만 그날의 성공을 판단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매출도 중요하지만, 창업 초기에는 “오늘 얼마를 벌었나”보다 “오늘 누가 나를 기억하고 다시 찾아올 수 있게 만들었나”를 생각해보시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오늘 처음 오신 손님이 계시다면 작은 메모지에 “첫 방문 감사합니다”라고 적어서 포장 봉투에 넣어드려 보세요. 그분이 무엇을 주문하셨는지, 어떤 표정으로 드셨는지, 혹시 대화 중에 나온 이야기가 있다면 간단히 기록해두시는 것도 좋습니다. 자녀 이야기를 하셨다면 “딸 결혼 준비 중”, 동네 이야기가 나왔다면 “○○아파트 거주” 이런 식으로 말이죠.
단골고객이라는 것은 많이 사준 사람이 아니라 내가 기억하는 사람, 그리고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에서 시작됩니다. 한 분 한 분을 소중히 기억하다 보면 그분들이 자연스럽게 다시 찾아오시게 되고, 주변 분들께도 소개해주시게 됩니다.
두 번째, 손님이 적어도 가게 운영의 리듬은 꼭 지켜주세요
창업 초기에는 하루에 손님이 한두 분만 오시는 날도 있습니다. 이럴 때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 “점심시간에 아무도 안 오니까 늦게 열어야겠다”, “이번 주는 너무 조용하니까 하루 이틀 쉬어야겠다”는 생각들입니다.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런 변화가 오히려 장사에는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고객들은 생각보다 가게의 일정한 리듬을 통해서 신뢰감을 느끼십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문을 열고, 정해진 시간에 마감하고, 약속된 요일에만 쉬는 가게를 보면서 “이 집은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게 되거든요.
오픈 시간과 마감 시간은 손님이 없어도 최대한 정확하게 지켜주세요. 정기휴무일 외에는 가급적 추가로 쉬지 마시고, 만약 SNS나 동네 카페 톡방을 하신다면 정기적으로 오늘의 메뉴나 가게 소식을 간단히라도 올려주시면 좋습니다.
문을 여는 시간, 음식을 준비하는 시간, 손님을 맞이하는 시간, 이 모든 일상적인 리듬들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 그 가게만의 신뢰가 만들어집니다. 처음에는 그 신뢰를 느끼는 사람이 적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많은 분들이 그 안정감을 느끼게 되실 겁니다.
세 번째, 당장의 매출보다 다음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세요
창업 초기 장사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오늘 얼마나 팔았는가”가 아니라 “오늘이 내일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는가”입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는 없을지 몰라도, 작은 노력들이 모여서 미래의 손님을 부르는 씨앗이 된다고 생각해 주세요.
구매해주신 손님께는 포장할 때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라는 작은 메시지를 적어서 넣어드리거나, 반응이 특히 좋았던 메뉴가 있다면 사진을 찍어서 기록해두세요. 손님이 없었던 날에도 “오늘 새로 만든 반찬” 이야기나 “가게 정리하며 든 생각” 같은 소소한 일상을 어딘가에 기록해두시면 좋습니다.
이런 작은 기록들과 정성들은 당장은 아무 반응이 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3주 후, 3개월 후에 누군가 여러분의 가게를 떠올리게 만드는 소중한 추억이 되고, 입소문이 되고, 재방문의 이유가 됩니다.
마음을 다잡으며
창업 초기는 결과보다는 자세가 더 중요한 시기입니다. 팔리지 않는다고 해서 성급하게 방향을 바꾸려 하지 마시고, 지금을 기본기를 다지고 신뢰를 쌓아가는 소중한 준비 시간으로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하루에 한 분이라도 진심으로 기억하고, 일정한 운영 리듬을 꾸준히 유지하고,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내일의 손님을 부른다는 믿음을 가지고 계시면, 그 가게는 결국 자연스럽게 손님들이 찾는 곳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오늘 가게가 조용했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여러분이 오늘 지킨 한 가지 원칙, 보여준 한 번의 정성이 언젠가 반드시 돌아와서 소중한 손님을 데려다 줄 것입니다. 그 믿음을 잃지 마시고, 오늘도 차근차근 하루를 준비해 나가시길 응원합니다.